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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결혼반지 덧글 0 | 조회 826 | 2018-03-19 00:00:00
황태호  


당신과 결혼하면서 평생을 사랑하며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자고 언약하면서 끼어 주었던 결혼반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증표로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당신이었습니다.


행여나 닳을세라 중요한 행사가 아니면 반지를 낄 생각도 하지 않은지 장롱서랍 깊은 곳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던 그 반지를 고이고이 간직하여 틈틈이 꺼내보며 아끼던 그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결혼 초에 삯월세 방을 구해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인하여 맨손으로 시작한 신혼살림이 두사람 사는데 왜 그리 힘이 드는지 눈물을 머금고 급한 김에 돈이 되는 결혼패물을 몽땅 팔아서 당장 급한 생활비로 쓰고 말았습니다.


이 반지만은 팔지 말고 버티어 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던 당신을 설득하여 결혼반지를 금은방에 팔아버리고 무심코 돌아오는 길....


그때 고개를 숙이며 따라오던 당신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걷던 당신의 눈가에서 떨어지던 이슬방울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반지를 사서 선물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하였지만 당신 마음속에 생긴 깊은 상처는 미처 보지 못한 채 돌아오는 내 마음과 발걸음이 지금까지 내 가슴에 멍에가 되어 짓누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날따라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마음을 알기나 한 듯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끊임없이 거리와 우리부부의 가슴을 적시며 밤새 내렸습니다.


그러나 그후 가끔씩 외출할 때면 거칠은 당신 손에 끼워진 값싼 액세서리 반지를 볼때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남편을 원망이라도 하련만은 당신자신보다 가족들이 먼저라며...한마디 싫은 내색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지금까지 흘러와 버린 세월인 것을..


액세서리를 좋아하던 당신은 언제나 재래시장이나 거리의 좌판에서 팔고 있는 액세서리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1~2만원짜리 액세서리를 사는데도 그렇게 망설이며 가슴 졸이며 좀더 값싼 것을 고르며 심사숙고하던 당신의 모습이 눈물겨웠습니다.


당신이라고 남들처럼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망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값싼 액세서리에도 마치 천진난만한 소녀 같이 기뻐하며 만족하던 당신은 보석목거리나 귀거리를 착용하면 더욱 아름답겠지만 값비싼 보석류를 팔고 있는 금은방가게를 그냥 못본척 그냥 지나쳐버리고 관심조차 없는 듯한 그 마음은 우리 가정형편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위해 갖고 싶은 작은 장신구 하나마져 마음대로 사지 못하고 망서리던 그 모습에 투영된 것은 당신의 고달프고 힘든 삶이었습니다.


내 마음이 무척이나 쓰라렸지만 그 알뜰한 살림살이에 오늘까지 이루었던 우리의 삶은 피눈물나게 고생한 당신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좀더 낫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기대감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온 날들이 어언 이십년이 다되어가지만 그때의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 핑계가 되어 버리고 그 아픔이 멍울이 되어 내 가슴을 억누릅니다.


인고의 세월속에 거칠어진 손마디에 변변한 반지하나 없이 맨손으로 지내는 모습에 다시 사주고자 했던 결혼반지를 생활고를 핑계로 수없이 지나간 결혼기념일을 하잖은 선물하나로 때우다시피 보낸 날들이지만 원망하지 않고 항상 내게 감사하며 웃음짓던 당신모습이 내가슴을 더욱 저리게 합니다.


항상 쪼들리며 살던 수많은 날들을 불평 없이 당신보다는 애들과 남편이 먼저라며..당신 옷보다는 내옷을 더 좋은 것으로 입히려는 마음과 애들 옷을 입히려고 자기 옷은 값싼 옷으로 대신하고 그것도 수없이 망설이다가 사고는 자신에게 어울리는지를 몇번이나 물어보고 거울을 보며 마치 소녀같이 좋아하던 당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친인척 결혼식이나 집안행사에 입고 갈 옷이 없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어렵게 꺼냈지만 못 들은 척 무시해 버린 남편에게 차마 쪼들리는 살림에 당신 옷을 사겠다고 다시 말을 꺼내지 못하고 한숨만 쉬었을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남들같이 변변한 외출복 하나 없이 집안의 길흉사가 있을 때면 외출복이 없어 난감해 하던 당신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못난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눈물을 삼켰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느날 외출복을 사주려고 수많은 매장을 다리가 아프게 돌아보며 당신마음에 드는 옷은 고르면 제일먼저 옷에 붙은 가격표를 가게 주인 몰래 보고나서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돌아서던 당신의 마음을 모를리 없건만 내가 사주려고 해도 이런 비싼옷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사코 거부하던 당신은 자신이 아닌 가족을 생각해서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항상 수수하게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인 것을 나무라며 여자가 화장 좀 하라고 할 때는 집에 있는 사람이 무슨 화장이냐며 얼버무리던 당신이었습니다.


잡지나 TV에서 소개하는 피부관리법중에서 재료비가 들지 않는 팩으로 얼굴맛사지 하느라 밤이 깊어지는 것을 당신은 아셨나요?


여자가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본능 속에 당신은 남들처럼 화장하고 싶었겠지만 당신에게 쪼들리는 생활속에 자신을 위한 화장품을 사는 것조차도 사치라며 최소한으로 절약함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면서 힘들고 고된 삶으로 나이가 들수록 몸매가 망가짐에도 남들처럼 헬스클럽이나 미용마사지를 하여 가꾸고 싶었겠지만 좀더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다니겠다고 망설이던 것을 내일부터 당장 시작하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 내가 미웠습니다.


잦은 이사로 당신주변의 친구조차 제대로 알고 지내지 못하던 날들이 많았던 탓에 대화할 친구가 무척이나 그리웠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취미활동에 부정적이었던 못난 남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동네뒷산을 모래주머니 발목에 차고 매일같이 2시간 넘게 가쁜 숨을 쉬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던 고독한 시간을 보내며 건강한 몸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도 가족을 사랑하고 살림을 절약하려는 그것은 당신의 눈물겨운 삶이었습니다.


왼종일 남편만을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지겨웠을 것이라는 사실을 왜 미처 몰랐었는지 이제와서 생각하니 이기적이었던 나 자신이 너무 밉고 마음속에는 당신에게 미안함과 후회만이 가득합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왜 몰랐는지...


당신은 친구하나 없는 타향 땅을 남편하나만을 믿고 사랑하는 가족과 정든 고향을 떠나온 당신에게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지루한 기다림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옛날 휴대폰도 없던 시절에 전화도 없이 퇴근이 늦어질 때면 말못할 불안감과 기다림에 지쳐 당신가슴은 검게 타고 멍들었건만 밤늦게 귀가한 나에게 그토록 애원하며 집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생각 좀 해달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생활은 넉넉하지 못하고 애들이 성장함에 따라 씀씀이는 더욱 늘어가는 살림살이에 결혼반지를 다시 마련해 준다는 것이 사치같이 느껴져 차일피일 미룬 것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오늘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당신을 위해 해준 값싼 액세서리 선물에도 감사하고 그것으로 행복해 하며, 우리 형편에 당신을 위해 해준 것에 대해 기뻐하며 미안해 하던 당신모습. 남편을 하늘처럼 알고 존경하며 살아온 당신을 위해 내가 해준 것은 행복대신 눈물 젖은 고생뿐이라서 정말 미안하오.


내가 힘들어 하거나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우울해 하면 모든 것이 당신 잘못인양 고개 숙이며 미안해 하던 그런 당신이었습니다.


돌아보니 당신세월은 눈물뿐... 당신 자신의 건강과 아픔은 뒤로 하고 항상 남편과 애들 건강을 위해 헌신적으로 신경을 쓰던 당신.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며 군림하던 남편에게 순종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던 지나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겠소.


그토록 청순 발랄하고 아름답던 당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눈가에 주름만이 가득남아 세월의 흔적만이 시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당신하고 함께 살아오면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힘들게 짊어지고 가는 줄 착각 속에 빠져 당신을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동안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보이는 곳에서는 눈물하나 흘리지 않고, 내가 더 힘들어 할까봐서 내색한번 하지 않고 모질게도 살아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으며 어떤 사람이었는지... 밖에 나가면 다른 사람에게 항상 나의 허물을 감추고 장점만을 자랑하며 행여나 남편이 기죽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며 언제나 남편을 최고로 알고 묵묵히 바라보고 따라와준 당신에게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당신을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의미를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게 됨에 눈물로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을...


이제 생각해 보면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당신은 정녕 나의 수호천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영원토록 함께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 이렇게 가슴가득 답답한 슬픔만 밀려오는 것은 당신의 결혼반지를 사준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이 원망스럽고 안타까운 때문일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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